사건 처리 시스템, 이대로 괜찮은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강원 지역 부대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장병들. <촬영=정민이>
병영 혁신 외친 지 10년, 반복되는 참사의 악순환
2014년 윤일병 사건 이후 국방부는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며 강력한 혁신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10년간 가혹행위, 성폭력, 안전사고 등 다양한 형태의 비극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사건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휘관들이 부대 이미지와 자신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윤일병 사건을 비롯해 임병장 총기 난사 사건,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건 등은 이러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 대표적 사례들이다.
허울뿐인 '마음의 편지', 신고조차 두려운 병사들
군은 내부 고충 신고 제도로 ‘마음의 편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부대에서는 행정병이 관리하거나 간부가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도 단순 주의로 끝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폐쇄적인 병영문화 속에서 피해 병사들은 익명성 보장이 미흡하고, 보복이나 2차 가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고 자체를 꺼리고 있다. 특히 간부 간의 부조리는 신고 자체가 어려워 더 음성적으로 은폐된다. 외부 기관인 군인권센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려 해도 정보 부족과 접근성의 제약이 심각하다.
군 내부 조사의 독립성 결여…'제 식구 감싸기' 논란 지속
사건이 발생하면 군 내부에서 군사경찰과 군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서지만, 독립성과 공정성이 떨어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UN 인권위원회(2023)는 한국 군사법원의 독립성 부족과 피해자 보호 미흡을 지적했고, 국가인권위원회와 군인권센터도 군 검찰의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서 실질적 조사나 피해자 권리구제에 한계가 있다. 증거 인멸과 사건 초기 은폐, 관련자들의 회유나 압박 등으로 객관적인 조사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해자에게 관대한 군사법원, 국민적 공분 키워
군사법원 판결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윤일병 사건은 당초 1심에서 주범에게 징역 45년을 선고했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40년으로 감형됐으며, 이예람 중사 사건 역시 가해자의 형량이 1심의 9년에서 최종적으로 7년으로 줄어들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군사법원의 형량이 민간법원에 비해 33~50%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군인권센터는 군사법원 판결 중 68%가 검찰 구형량보다 낮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는 군 조직 보호를 명분으로 지나치게 관대한 정상참작을 적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 범죄 유형 | 군사법원 평균 형량 | 민간법원 평균 형량 | 격차 | 출처 |
|---|---|---|---|---|
| 폭행치사 | 7-12년 | 10-15년 | 30-40% | 대검 2023년 통계 |
| 성폭력(강제추행치상) | 5-9년 | 7-12년 | 25-35% | 대법원 2022년 사례집 |
| 직권남용 가혹행위 | 2-4년 | 3-6년 | 33-50% | 국회입법조사처 2021 |
※ 주: 군사법원의 공식 집계 자료 미공개로 인해 언론 보도 사례와 전문가 추정치를 반영
미봉책으로 끝난 제도 개선, 반복되는 참사 막으려면 근본적 변화 필요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진상규명 기구는 꾸준히 설립됐으나 한시적 운영과 제한적인 권한 탓에 실효성을 잃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역시 권한과 운영 기간의 제약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2022년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군사법원이 1심을 관할하고 있어 구조적 한계는 해소되지 않았다.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보여주기식 제도가 발표되지만, 제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민간 참여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